얼마 전, 카이트에서 여행타입 테스트를 공개했습니다. 테스트를 시작하면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행을 거쳐 돌아오기까지의 상황을 가정한 19가지의 질문이 주어집니다. 차근차근 답하는 대로 8가지 유형에 각각 점수가 매겨지는데요. 테스트를 마치면 16가지 결과 중 하나를 만날 수 있어요.
테스트 결과 페이지는 각 타입에 대한 설명, 여행 키워드, 추천하는 여행지, 에디터가 알려주는 하루 동안의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지만 취향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도쿄, 정말 푹 쉬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세부,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둘러보기 좋은 로마, 계획 없이 오랫동안 사색에 잠겨도 좋을 바라나시까지 다양한 여행지를 선정했습니다.
여행타입 테스트는 “평소 가보고 싶은 여행지였다”, “나와 잘 맞는다”, “여행지 설명이 섬세해 그대로 따라가도 될 것 같다” 등의 평가를 들으며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여행 전문가의 오지랖에서 여행 타입 테스트까지
1️⃣ 시작은 단순히 에디터의 오지랖
여행타입 테스트의 시작은 단순히 여행지 추천이었습니다. 에디터 짜이의 귀에 누군가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소문의 주인공은 개발 리드, 지훈님! 짜이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고 있던 지훈님에게 오키나와를 추천했습니다. 지훈님의 자유로운 영혼과 취향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왜 오키나와인지 몇 번 물어보던 지훈님은, 짜이가 소개하는 오키나와 일정을 듣고는 그자리에서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지훈님은 시원하게 여행지를 결정할 수 있었고, 짜이는 그날도 오지랖을 펼칠 수 있음에 즐거워했죠. 그렇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훈훈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 새로운 프로젝트가 되기까지
짜이의 추천을 참고해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지훈님은, 매우 만족하다 못해 추천에 대해 여러번 곱씹게 됩니다. 어쩌면 이 ‘추천’이 카이트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카이트로 항공권 또는 호텔을 예약한 사람들에게 여행지까지 추천해줄 수 있다면, 카이트를 써야 하는 새로운 이유 하나를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서비스의 팬층까지도 두터워진다면……! 결국 지훈님은 이 ‘추천’을 우리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3️⃣ 다양한 콘텐츠를 검토하다
에디터의 추천이 실제 여행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직접적인 피드백에 목말라 있던 콘텐츠팀에게 지훈님의 후기는 사막에 내리는 단비 같았죠. 이제 비가 내렸으니 숨겨두었던 씨앗을 싹틔울 차례였습니다. 콘텐츠팀과 지훈님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시작했어요. 테마별로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새로운 아티클 시리즈를 만들까? 아니면 사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카이트에서 항공과 호텔을 예약한 분들을 대상으로 여행 상담을 진행해볼까?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러나 아티클 모델은 현재까지 진행해왔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여행 상담 모델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실행하기에 요원해 보였습니다. 과연 무슨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다가가기 쉽고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4️⃣ 당신의 취향을 알고 있다면
여기서 우리는 콘텐츠의 시작점이 뭐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지훈님에게 짜이의 코스가 와닿을 수 있었던 건, 짜이가 지훈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자유로운 영혼의 지훈님과 시간 간격이 빡빡한 데이투어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조합이었죠. 붐비는 인파 속 지훈님을 상상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짜이는 오키나와에서도 아예 사람이 없는 이시가키 섬을 추천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를 한 번 더 타면요…….” 결국 좋은 코스를 추천하려면 추천 받는 사람을 아는 게 먼저였던 겁니다.
5️⃣ 심리테스트에 도달하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성향을 먼저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로 파악한 성향을 통해 여행지를 추천해줄 수 있는 테스트 타입의 콘텐츠. 여행타입 테스트가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이었죠. 답을 찾았지만 고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쉽고 빠르게 바이럴되는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느리더라도 우리가 얻고 싶은 정보,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좀 더 뾰족하게 알 수 있는 기준을 잡을 것인지도 생각해야 했어요.
여행의 유형은 몇 가지?
🔤 유형을 나누는 기준 설정
초기에는 누구나 알고 있어 언제나 좋은 대화거리가 되어주는 MBTI를 활용해 테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MBTI식 구분인 내향형, 외향형, 감각형, 직관형 등의 유형이 얼핏 여행에 있어서도 적당히 적용될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여행이라는 건, 개개인의 성격 외에도 작용하는 요인이 꽤 많은 활동이라는 데 있었죠. 또 여행 중 MBTI가 얼마나 작용할까에 대한 의문도 있었어요. 디자이너 태식님은 평소 내향형이지만 여행을 떠나서는 현지인에게 거리낌없이 말을 붙일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이 된다고 하셨거든요.
✈️ 장기 여행 VS 단기 여행
우선 여행은 기간에 따라 꽤 다른 결과를 불러옵니다. 여행 기간이 짧은 경우 비행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없기 때문에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죠. 사내 조사 결과 단기와 장기를 가르는 기간은 3박 4일이었습니다. 3박 4일까지는 단기 여행, 그보다 더 길게 떠나는 여행은 장기 여행으로 잡았습니다.
💸 가성비 여행 VS 럭셔리 여행
여행에 있어서 동행과 의견이 가장 나뉘는 부분이 바로 여행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가성비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여행자와 럭셔리 여행을 추구하는 여유있는 여행자, 둘은 꼭 나누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여행을 시작할 때 장기와 단기가 나뉜다면,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성비와 럭셔리가 나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항공권부터 호텔, 투어 등을 정하는 데 가장 기준이 되어주는 것이 여행비니까요.
🗺️ 유동적인 여행 VS 계획적인 여행
장기와 단기, 가성비와 럭셔리가 여행의 외부적인 요인이라면, 유동적과 계획적,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질 관광형과 살아보기형 여행은 여행자의 내부적인 요인에 가까웠습니다. 여행자의 성격에 따라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느슨한 일정, 또는 아무 일정 없이 떠나 새롭게 벌어질 이벤트를 환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 관광형 여행 VS 살아보기형 여행
마지막 유형은 관광형과 살아보기형입니다. 여행지에 가면 랜드마크를 꼭 보고와야 한다는 여행자가 더 많기는 하지만 모든 여행자가 그렇지는 않죠. 여행을 왔다기보다는 잠시 이사를 온 것마냥, 현지인에 섞여들어 동네를 둘러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타입 또한 있으니까요.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완전히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행 유형을 설정할 때 이 기준 또한 제외할 수 없었습니다.
💡 조합한 유형명 설정하기 & 유형 설명하기
고심을 거듭해 8가지 유형을 짰습니다. 적극 활용하려고 했던 MBTI는 여행의 다양한 요인을 완전히 반영할 수 없어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짝지어진 2개 중 점수가 더 높은 하나를 고르고, 그렇게 4개가 모이면 하나의 유형이 완성되어 총 16개 유형을 내보낸다는 점에서는 MBTI와 구조를 차용하기는 했습니다. 이후로는 16개의 유형을 20자 이내로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형명을 설정했습니다. ‘로컬한테 길 알려주는 골목대장 여행자’, ‘누울 곳을 찾는 배터리 3%’, ‘나를 따르라 인간 구글맵’ 등 개성 넘치는 유형명이 탄생했고, 또 그 유형을 알맞게 설명해 줄 줄글까지 완성했습니다.
❤️🔥 베스트와 워스트 조합 만들기
마지막으로 서로 어울리는 조합과 서로 상극인 조합을 나누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이 테스트를 통해 상대방과의 여행관을 체크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사용자들 사이에서 서로의 조합을 비교하며 더 많은 공유가 일어났으면 했고요. 유형이 얼마나 비슷한지, 다른지에 따라 베스트와 워스트를 매겼습니다. 특히 중점을 둔 것은 가성비 여행과 럭셔리 여행이었습니다. 다른 유형의 경우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하나, 가성비와 럭셔리는 기준부터가 다르다고 판단했어요.
당신의 여행을 알고 싶어요
🤔 좋은 질문이란?
일상에서 우리는 자주 질문을 던집니다. 주로 무언가를 알고 싶을 때 말끝을 올려 물어보게 되죠. 때때로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요. 좋은 질문은 가끔 질문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답을 가져다주곤 합니다. 여행타입 테스트의 질문들 또한 그러기를 바랐습니다. 단순히 답을 선택하고 그 결과만을 맹목적으로 쫓는 심리테스트가 아닌, 여행을 하면서 사용자의 여행 유형을 깨닫게 하고, 동시에 여행의 설렘을 가져다 주는 질문들을 던질 수 있었으면 했어요.
✅ 좋은 질문 고르기
먼저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질문들을 적어내려가고, 그중에서 각 여행 유형과 연결되는 질문을 추렸습니다. 여행이라는 주제로 던져진 질문들은 당연한 선택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또 읽은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는데요. 추려낸 질문들의 순서는 하나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열했습니다. 문장이나 단어도 매끄럽게 흘러가도록 깎아냈어요. 그렇게 미리 정해둔 유형에 맞는 19개의 질문을 완성했습니다.
당신이라면 여길 좋아할 거예요
🛂 여행지 선정 기준
16곳의 여행지는 네 가지 속성이 가장 잘 어우러지는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장기, 가성비, 유동적, 관광 유형의 여행자에게는 울란바토르를 추천했습니다. 푸르공을 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여행지 특성상 짧은 시간으로 떠나기는 어려웠어요. 비가 오거나 하면 일정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기에 계획적인 여행자라면 뜻밖의 이벤트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기도 했고요. 또 한 번 여행을 떠나면 이곳저곳 관광을 하게 되는 투어를 이용하게 되는 만큼 관광 속성에도 잘 맞았죠.
🌏 최대한 다양한 여행지로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잘 맞을 것 같은 여행지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대표적인 여행지를 추려놓고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다양한 선에서요. 또, 여행지의 지평을 넓히고 싶었기에 난이도가 높은 여행지라고 알려진 인도의 바라나시도 다루었습니다. 동시에 아쉽지만 너무 고가의 휴양지이거나 찾아가기 어렵거나 여행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은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 여행은 언제나 뜻밖이듯이
짜이가 혼자서 오키나와 여행을 떠난다면 무조건 스노클링이 가능한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성비 일정을 짜겠지만, 초행인 친구나 가족과 간다면 유명한 관광지를 포함시키고 숙박비를 적당히 높이게 될 거예요. 이렇듯 같은 여행지라도 어떻게 가느냐,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여행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뜻밖의 여행이 탄생하기도 했는데요. 보통은 가성비 여행으로 즐기는 방콕을 럭셔리 여행으로 다루어봤어요. 여행의 큰 즐거움이 되는 편안한 숙소를 5성급으로 예약하고,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미식을 즐기는 식으로요.
🗼 각 도시별 네이밍 & 도시 소개
16가지 유형명을 정했듯이, 16가지 도시를 정하고 나서도 카피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각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한 마디의 미사여구가 있어야 했거든요. 또 동시에 겹치는 문구가 있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단어를 먼저 선정한 후 왜 이 도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덧붙여 만들었습니다. 뉴욕의 예를 들자면, ‘1분도 낭비못해 여행은 한번뿐’인 유형이 여행지로 고를 법한 ‘세상의 중심에서’라는 카피를 쓰게 된 거죠. 도시 소개는 왜 이 도시를 고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탄탄한 설명이 될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했습니다.
👯♀️ 여행지별 페르소나 만들기
여행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한 요소로는 여행지별 에디터 페르소나를 활용했어요. 여행지를 직접 다녀와보고, 여행지의 매력을 전한다는 컨셉으로 에디터의 별칭과 코멘트를 삽입했죠.
🗓️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제시하다
자, 길고 긴 여정의 끝에 드디어 이 콘텐츠의 정수를 말씀드리게 되었군요. 처음에 짜이가 지훈님께 추천해드렸던 건 오키나와 일정 전체였어요. 단, 하루에 한 가지 목표만 세우는 걸로요. 이시가키 소고기 먹기, 다케토미 섬에서 자전거 타기 등의 하루의 목적 한 가지씩을 말씀드렸었죠. 하지만 그것은 장기, 럭셔리, 유동적, 살아보기 여행 유형의 지훈님에게 맞는 추천 방식이었어요. 만약 하루에 여러 곳을 보고 싶어하는 계획적, 관광형 여행자라면 이러한 방식이 잘 맞지는 않았겠죠. 그렇다고 16개 여행지의 모든 코스를 짜 드리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물론 카이트에는 여행 전문가인 에디터들이 있으므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요. 결국에는 단 하루의 일정을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16개 여행지 중 자신의 유형에 맞는 어떤 여행지로 떠나게 된다면, 적어도 하루는 이렇게 보내보시는 게 어떨까요? 하고 느슨하지만 확고하게 권유하는 방법이었죠.
여행타입 테스트 완성
그렇게 여행타입 테스트 콘텐츠의 내용이 만들어졌습니다. 유형과 질문, 결과 세 가지의 구성으로 콘텐츠 기획안을 마무리하고 텍스트를 모두 완성했습니다. 결과 페이지와 결과들이 모여있는 허브 페이지는 디자인팀에서 아름답게 만들어주셨고, 질문을 통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질문별로 가점을 부여하는 일은 지훈님이 고생해주셨습니다. 한 번에 뚝딱, 되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여러 번의 수정과 보완을 거쳤기 때문에 ‘뚝딱’보다는 ‘삐걱삐걱’거리며 간신히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완성해 놓고 보니 만족도가 대단했어요.
회사 내부 테스트 결과는 모두 비슷한 여행지가 나와서 테스트에 혹시 오류가 있었는지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라이브 된 후 살펴보니 골고루 결과 페이지가 나와서 다행이었어요.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하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머리가 쪼개지는 고통을 겪으며 완성한 ‘여행타입 테스트!’ 이번 여행타입 테스트 콘텐츠가 스케치였다면, 조만간 카이트의 사용자를 조금 더 면밀히 분석해 세심한 제안을 건넬 수 있는 채색 같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카이트 여행타입 테스트 제작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궁금하시다면 2편을 기대해주세요!
당신의 여행 타입이 궁금하다면? 카이트 여행타입 테스트 하러가기